21년 알라딘

독서 2021. 12. 4. 13:08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26230&custno=6000777

Posted by TUNC AU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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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라, 기억이여> 12/1 구입가 20,600원 / 정가 16,000원

나보코프의 유명한 소설 두 편을 대충 읽어보았다. 다른 책보다 문학을 특별히 사랑하지 않는 내가 한 권 내내 특별한 재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롤리타>의 그 유명한 도입부가 그랬듯,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던 이 책의 본문의 첫 세 줄은 읽은 순간부터 계속 마음에 남았다. 이 정도면 가격도 괜찮지 않나 하여, 다시 한 번 읽어볼 요량으로 샀다.

 

<Constructing "Korean" Origins> 11/14 구입가 37,500원

배형일은 미국에서 활동하다 2018년에 세상을 떠난 역사학자다. '한국사'의 시작은 청동기 유물에 근거하여 '반만년'으로 추정하지만, 문헌으로 따지면 기원전 1세기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가기 어렵다. 누군가는 상상력의 부족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무리할 필요 없는 것을 무리하게까지 상상할 필요도 없다. 문학은 문학이고 역사학은 역사학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가, 찬찬히 읽고 싶어 샀다.

- 사고 나서 발견했는데, 저자의 초판 사인본이다. 사인 내용으로 보면 2000년 말일에 친척 또는 지인에게 선물했던 듯하다. 학문적 견해가 맞지 않았던가(진지) 좁은 집으로 이사했거나 급전이 필요했을 것이다(추정).

 

<제국의 위안부(초판)> 11/7 구입가 40,000원 / 원가 18,000원

약간만 손품을 팔면 개정판에서 복자 처리된 내용을 알 수 있다. 구입은 약간의 수집벽 때문이기도 하고, 한 달에 4만원까지 나오는 알라딘 신한카드 할인 예산을 채우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대영박물관이 만든 이집트 상형문자 읽는 법> 11/7 구입가 23,000원 / 정가 12,000원

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은 중국 고대 청동기전을 혼자 보러 간 때 두 번, 그리고 가족과 한 번 방문했다. 첫째가 일기에 상형문자로 자기 이름을 쓰겠다고 하여 위키피디아에서 찾아주었다. 그러고 나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역사책 번역 일을 또 받았을 때 이집트어 레퍼런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망상 하나, 유사 주제 책이 절판되었기 때문에 다시 발동한 약간의 수집벽 하나, 그리고 위 <제국의 위안부> 판매자가 다른 헌책방에 비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올려놓았다는 이유 하나로 같이 샀다. 

- 알라딘에서 상형문자 읽는 법을 다룬 성인 대상 교양서는 2005년에 세 권이 한 번에 번역출판되었다가 현재 모두 절판 상태다. 2005년에 뭔가 이집트 붐이 불었던 듯하다.

- 3층에서 '투루판 지역의 한문자료'도 전시중이다. 이집트 문자 유물은 전혀 읽을 수 없는 (그리고 알고보면 형이상학적으로 시시콜콜한) 반면, 이쪽 유물은 대충 읽는 척이 가능(그리고 읽고 보면 형이하학적으로 시시콜콜)해서 못지 않은 재미가 있다. 도록이 있으면 사려 했는데.

 

<22세기 사어 수집가> 10/1 구입가 9,300원 / 정가 16,000원

동네 도서관에서 서가를 돌아다니다 충동적으로 뽑아 넘겨보았다. 맨 앞 작가의 촌철살인을 보고 빌려왔는데, 다른 작가의 톤과는 또 다르다. 심각하려다 보면 심각해지기만 하는데, 가벼우려다 보면 깊이도 갖출 때가 이런 글에는 있다. 유어마인드에서 나온 책이라 호기심이 더해져 우주점 매물 알림을 걸어두었다가 싼 가격에 샀는데, 이제 남은 매물에는 할증이 붙었다.

 

<가다라의 돼지> 10/1 정가 19,800원 / 정가 19,800원

<인체 모형의 밤> 10/1 구입가 5,300원 /  정가 10,000원

- 모르던 작가의 (긍정적 의미에서) 탈선 인생을 듣고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본 첫 책이 <가다라의 돼지>다. 오컬트와 MythBuster를 같이 좋아하다 보니 저녁에 한 번 잡았다가 바로 완독했다. 결말 부분은 서브컬처 클리셰라 오히려 흥이 식었지만, 읽는 동안에는 분명 즐거웠다.

- <인체 모형의 밤>은 대여책 집중 서가에서 숙성되던 중, 요즘 괴담 좋아하는 첫째가 먼저 꺼내 읽고 '재밌더라'는 감상을 전했다. 생애주기적으로 정당한 검열에 실패한 것 아닌가 하고 경악하며 재빨리 읽었다. 최소한 표현/묘사상으로는 괜찮지 않았나 하고 안도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대충 넘겨보니 셋 중 한 쪽에서는, 그때 내 기준이 좀 관대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뭐 그때 맞는 것만 읽어서야 성장이 있겠는가(자포자기). <22세기 사어 수집가>까지 하루에 구매한 것은, 알라딘 신한카드 할인한도가 다시 생기는 월초에 그 우주점에서 같이 팔았기 때문이다 - 조지 맬러리.

 

<손자병법(올제클래식스판)> 아마도 여름, 구입가 5,000원 / 정가 2,900원

지금은 가지 않는 1층 미용실에서 둘째가 아내의 감독 하에 머리를 깎고 있을 때 첫째에게 아무 책이나 사줄까 하여 내려갔다가 나만 한 권을 골라왔다. 그러나 정식으로 판매되지도 않았던 특별본에, 희귀본이라 정가보다 두 배 가까운 가격인데도 여전히 저렴한 가격인데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번역본이기도 하고, '그 서울시 문화유산'인 공씨책방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구매 정당성을 내세워 본다. 

- 손자병법은 김원중, 유동환 번역본으로 먼저 대충 읽어보았다. 앞서 읽은 두 판본이 원전 해석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원문과 번역을 토대로'만' 한 기출변형 해설서다. 재미있고 속시원하다. 한편, 앞으로도 계속 손이 가는 것은 함축된 원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해석은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했느냐로 바뀌니까.

- 있었는데 안보이는 정비석 소설 손자병법 4권(고려원판)은 논외로 한다.

 

<현대 미시선(영한대역)> 9/17 구입가 1,800원 / 정가 2,000원

우연히 얻은 현대 영시선 수록 시 중 특히 Marina가 (분량까지) 마음에 들었다. 외국어 시집은 원서도 (어렵고) 번역본도 (원문이 안보이니) 불만이라, 감히 번역의 품질을 논하지 못하는 나는 대역본이 적당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일종의 시리즈로서, 회사 근처 매장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점심에 갔다가, 생각보다도 엄청나게 열악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나혼자) 시리즈를 채운다는 마음으로 샀다. 오랜 기간 한두 쪽씩 떠들어 보다 보면 때에 따라 마음에 또 박히는 시가 있지 않을까.

 

<불멸의 이론> 9/1 구입가 43,500원 / 정가 28,000원

1년 전 대학원 첫 학기에 들었던 소셜네트워크 이론과 응용 과목은 베이즈 확률론과 미분방정식과 선형대수학의 재미를 일깨워 준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 되었다. 저 셋은 학부 때 배웠다는 사실만 기억나거나(선형대수학) 집에 아직 있는 교재를 들춰보니 떡하니 있었다거나(미분방정식 - 정말 부끄럽다) 아마도 배웠을 것이라는 심증이 있는(베이즈) 과목이란 사실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본 이 책의 재미와 정보는 베이즈 확률론 책 가운데서뿐 아니라 과학교양서 전체에서도 최고의 몇 권에 꼽힌다. 내가 읽어 본 극소수 샘플을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은 생략하자. 그러나 아무리 몸에 단 책이라도 눈에 쓰면 어찌 읽을 수 있겠는가... 아직 출판되는 원서를 사면 분명 안 읽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고가로 샀다.

- 한 문장을 몇 번이라도 읽어 이해하며 얻는 성취감은 분명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서 하더라도 의무가 있는 '반'취미와, 다른 놀이와 경쟁해야 하는 '온'취미로서의 원서 독서는 분명 성공률이 천지차이다. 파트타임 취미 번역가인 나는 이렇다.

- 지금 보니 최저가가 4만원으로 내려왔다. 배는 아프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지.. 아 아니 사야지.

 

<트로이, 잊혀진 신화> 8/10 구입가 12,200원 / 정가 23,000원

바다 민족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지갑을 잠식한 트로이 신화/역사에 대한 관심은 급기야 매장에서 제목과 몇 페이지만 보고 구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트로이 전쟁(배리 스트라우스)>에 비견할 만한 책인지는, 아직도 안 읽어서 모르겠다.

- 배리 스트라우스의 <스파르타쿠스 전쟁>은 재밌을 거라 생각해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저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료/고고학적 증거 부족 문제때문에 예상보다 밋밋해 아쉬웠다. <트로이 전쟁>도 그렇지 않나 하면, 그쪽은 증거만으로도 상상(문학)과 현실(역사)의 괴리가 꽤 커서 '알고 보면 깨는' 맛이 만만치 않다. 브래드 피트의 아킬레우스를 보다가 오스프리에서 나온 청동기 전사의 갑옷을 볼 때의 '깨달음'이랄까.

- 이 주제와 연관된 가운데 제일 처음으로 산 책은 <The End of the Bronze Age>로 아마존에서 주문했었고, 가장 멀리서 산 책은 시카고 헌책방에서 구한 <Before the Greeks>다. 그러고보면 지갑 뿐 아니라 귀한 시간까지 잠식당했던 것. 특히 가족을 동반한 여행에서 헌책방은 가지 말자.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8/8 구입가 57,500원 / 정가 32,000원

<플라밍고의 미소> 8/1 구입가 25,000원 / 정가 28,000원

<여덟 마리 새끼 돼지> 8/1 구입가 30,000원 / 정가 28,000원

<풀하우스>는 재미있게 읽은 책을 하나 대 보라고 할 때를 대비하여 마음에 품고 있는 책이다. 야구와 자기 투병 이야기와 '뭔가' 더 하나까지 세 주제를 한 키워드로 집요하게 묶어냈다고 느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 같았던 그 '뭔가'가 기억이 안 나서 책을 다시 들춰봐야 했을 정도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브론토사우루스>는 그 시카고 헌책방에서 너덜너덜한 페이퍼백으로 사서 점심시간에 가끔 읽었다. 8월 알라딘 신한카드의 예산을 뭘로 채우지 고민하다 충동구매 리스트에 넣었고, 나머지 두 권은 시리즈 온갖춤의 충동 때문에 샀다. 놀랍게도, 시리즈로 출간된 세 권의 번역가가 모두 다르다. 덕분에 내게 잘 읽히는 권도,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권도 있다.

 

<5천년 전의 일상> 8/1 구입가 18,000원 / 정가 13,000원

금융의 역사를 번역할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참고했던 책이다. 재미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집트 상형문자 책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또 레퍼런스가 되어 줄 것이다.(확신)

 

<오늘 밤 모든 바에서>8/1 구입가 4,300원 / 정가 10,000원

나카지마 라모 책 중에서 이 책이 구하기 제일 쉬웠던 듯, 구입일이 제일 빠르다. 내가 가진 다른 두 권과 작가가 같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도(주제), 그럴법하기도(문체) 하다.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3/5 구입가 20,000원 / 정가  22,000원

역시 사는 김에 몰아 사는 같은 저자 책 시리즈. 이리하여 공역을 제외한 저서 모두를 모았다. 도상학 입문서로 <춤추는 죽음>밖에 읽어보지 않았는데, 과연 찾아보면 좋은 책이 많다. 

- <동물, 괴물지, 엠블럼>은 문외한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인데, 그 난해함 자체가 매력이기도 하다. 거울 딕툼 말고는 머리에 남아 있는 내용도 없지만, 한 권을 통으로 버린다 해도 한 문장을 건진다면 어찌 이익이 아니겠는가!(아님)

 

<수신기(중한대역)> 3/5 구입가 25,000원 / 정가 36,000원

이놈의 원서 대역본 지상주의... 그러나 정가보다 싸게 샀으니 후회는 하지 않는다.

- 2019년에는 요재지이 완역본을 몇 주에 걸쳐 여섯 권 모두 짝 맞춰 샀다. 역시 시리즈 강박관념이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요재지이 한두 편씩을 읽어 줘 봤는데, 나도 모르는 이야기를 읽어나가다가 깜짝 놀라 '앗 다른 이야기를 읽어야겠네' 하고 넘어가거나, (손만 잡고 잤다던지 하는 식으로) 최대한 순화해서 읽어 준 경우가 반도 넘을 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은 재밌어했다.

- 수신기는 요재지이의 대체본으로 사서 읽어줘 봤는데, 서사보다는 소재에 초점이 맞춰진 탓인지 집중도가 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조금이라도 늦게 자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왜곡된 욕망에 부응하지 못하는 길이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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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 가는 다른 잔과 달리 위로 솟은 기둥이 있다. 실용적 또는 상징적 기능을 위한 것인가?
A. 균형을 잡는 용도다. 작은 세발 잔인데, 액체가 들었을 때와 비었을 때 모두 균형을 잡도록 만드는 기술이 초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균형추 역할을 위해 위로 기둥을 붙인 것이다.
(오랜 의문을 해결한 결과가 흥미로우면서도 허무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야 이어서 생각난 의문인데, 상나라 이후에는 강연 내용처럼 검약과 절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기술 발전으로 기둥 달린 작을 쓰지 않았던 것일까? 어쨌든 관우가 작으로 술을 마시는 창천항로의 한 장면은 일반적 고증 관점에서 잘 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일반적 상황 얘기고, 골동품 애호가는 후한 말에도 있었을테니. )

- 북토크 전에 전시를 보지 못해 한 질문인데, 방문했더라면 안 했을 - 그래서 방문 안한 가치가 있었던 질문이다.

전시 첫머리에 있던 가의 동형 기둥이 '술을 거르기 위해 천을 걸었던' 것이라는 설명이 떡하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의 기둥도 목적이 같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불안정해서 달았다는 설명은 주둥이 맞은편 꼬리에 어울리는 설명이지, 중간에 높이 솟은 기둥에 어울리는 설명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가 그렇게 말했다면 일단은 그 말이 맞지 않을까 하여, 방문이 늦어 질문을 했던 의의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남겨 둔다.

Q. 준은 화병 모양도 있고 동물 모양도 있다. 형태 차이가 큰데 이를 준이라고 묶어 부르는 이유가 있는지?
A. 후세(송?) 학자들이 구분하면서 붙인 명칭을 이어받아 쓰는 것으로, 당시에 엄밀하게 구분하기 어려웠던 경우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제작자/사용자가 불렀던 이름이 쓰이는 경우는 정 정도고, 다른 이름은 준과 비슷하게 후대에 분류한 것이다.

두 가지 의문에 답을 얻은 것만으로도 참가한 보람이 차고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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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알라딘 중고샵 의존도가 높은 구매자인데, 요즘 들어 절판된 (그리고 프리미엄이 붙은) 책 구매가 늘다 보니 헌책 검색은 더욱 늘고 있다.

그런데 시간을 꽤 잡아먹는 과정이 무엇이냐 하면,

 

- 특정한 책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판매자를 우선 검색하는 문제

  + 그리고 판매자를 알라딘/비알라딘으로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 경험으로는 알라딘직배송/우주점 상품은 설령 중급 상태로 표기되었어도 받아보면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많은 반면*, 일반판매자 물건은 대안이 없을 경우 좀 각오를 하고 사는 것이 '중'이고, '최상'도 조금 불안할 경우가 있음

   * 물론 많은 것이지 모두는 아니다.. 기껏 월4회인 알라딘 카드 할인회수를 한 번 소모해 가며 주문했더니 주문에 포함된 한두 권이 도저히 참아넘기기 어려운 상태면, 그 한 권을 반품해도 할인잔여 회수는 돌아오지 않는 괴로움이 있다. 그렇다고 할인잔여 회수를 살리려고 주문 전체를 취소할 수도 없고. 한 번은 반품 신청하면서 그런 불만을 같이 토로했는데, 답변에서는 반품 처리 얘기만 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마디 대꾸도 없음.

 

- 위에서 선택한 판매자별로, 다른 물건도 검색하는 문제.

  : 되도록 내가 원하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판매자에게 주문하여 주문 건수(=배송 건수)를 줄일 필요도 있다. 배송비 문제보다는 월초만 되면 책 택배가 문앞에 쌓여 가족에게 눈치가 보이는 문제가 더 큼

 

 

그래서, (반쯤 취미로) 검색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일 때마다, 만들어봐야지 만들어봐야지 하다 드디어 (그동안 팽팽 놀다 개학할 때 되니까 공부는 하기 싫고 해서) 얼기설기 혼자 만들어본 개인용 검색기!

 

결과물은 이렇게 나온다. (열 너비는 엑셀에서 열고 조정)

- 판매자 구분, 상태에 따라 정리 대상에서 제외 가능

  (excluding 조건. 현재 기본은 기타 판매자 물건 중 상태 '중' 제외 하나지만, 예컨대 지금 코드에 [True, 1]도 추가하면 직배송/우주점 물건도 상태 '중'은 제외하는 등 추가 조건도 가능)

- 알라딘 직배송/우주점 목록이 먼저, 기타 판매자 목록은 그 다음에 (aladinpriority = True 조건으로)

- 검색한 책을 더 많이 보유한 곳이 우선, 보유 종수가 같으면 가격 총계가 낮은 곳이 우선.

 

물론 이 결과물이 나와도 의사결정까지는 첩첩산중이지만 책 구매가 원래 그런 것이라...

 

 

앞으로 귀찮음을 이기게 되면 추가할 만한 기능:

- 판매자별 배송비 옵션도 크롤링

  + 모든 아이템을 중복 없이 구매하는 최저가 solution 제시

  + 어느 정도 범위 안에서는 주문 건수를 최소화하는 solution도 제시

- 웹 기반 사용으로 간편한 interface (대상 입력 편하게, 제외조건/정렬조건을 체크박스 등 이용하여 바로 반영)

  + 포인터를 가져다 대면 상태별 가격 목록을 주석으로 띄우는 기능

 

그러나 이거 하나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 만드는 데까지 걸린 시간 고려하면...

#searchlist : '온라인 중고'에서 검색된 해당 책 페이지. 주소마다 따옴표, item 사이마다 쉼표
#책 이름만으로는 특정 아이템 지정이 되지 않아 이런 형식으로,
#itemid만 넣는 방식도 당연히 가능하나 어차피 복사해서 붙여넣을 거면 이 편이 나을 듯하여

searchlist = [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117394127",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17538764",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232918242",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476372",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247913467",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3176012",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278072",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useditemall.aspx?ItemId=42991240"
]

#제외조건 : 알라딘직배송 및 중고서점(True:알라딘, False:기타), 등급(1:중, 2:상, 3:최상)
#한 가지 제외조건(판매자직접배송 중 중등급은 제외)만 넣었으나, 여러 조건도 넣을 수 있음
excluding = [
    [False, 1]
]

#알라딘직배송 및 중고서점 목록을 우선 보기 여부(False로 지정하면 구분 없이 다수 책 보유, 총액 적은 순서로만 정렬)
aladinpriority = True


from bs4 import BeautifulSoup
from urllib.request import urlopen
import pandas as pd
from datetime import datetime


#등급 및 가격 얻어오는 함수
#중고등급별 : status_list로, 가격 : price_list로
def get_statusprice(source):
    statusprice_raw = source.find_all('span')
    for item_raw in statusprice_raw:
        status_c = 0
        item = str(item_raw)

        if '최상</span></span>' in item:
            status_c = 3
        elif '상</span></span>' in item:
            status_c = 2
        elif '중</span></span>' in item:
            status_c = 1

        if status_c != 0:
            status_list.append(status_c)

        if 'Ere_fs20 Ere_sub_pink' in item:
            beginnum, endnum = 0, 0
            for idx in range(0,len(item)):
                if beginnum == 0 and item[idx] == '>':
                    beginnum = idx + 1
                if beginnum != 0 and endnum == 0 and item[idx] == '<':
                    endnum = idx - 1
                    
            price = item[beginnum:endnum+1]
            price_after = price.replace(',', '')
            price_list.append(int(price_after))

#판매점 얻어오는 함수
#알라딘직배송/우주점도 여기에서 구분
def get_shop(source):
    shop_raw = source.find_all('li')
    for item_raw in shop_raw:
        item = str(item_raw)
        #print(item, len(item))
        status_c = 0
        if ('/shop/usedshop/wshopitem.aspx' in item and 'color:' in item) or 'Ere_store_name' in item:
            item_cut = item[:-9]
            #print(item_cut, len(item_cut))
            for idx in range(len(item_cut)-1,0, -1):
                if item_cut[idx] == '>':
                    item_new = item_cut[idx+1:]
                    #print(item_new)
                    shop_list.append(item_new)
                    break
            if 'Ere_store_name' in item and item_new not in aladinshop_list:
                aladinshop_list.append(item_new)
        elif '알라딘 직접 배송' in item:
            shop_list.append('알라딘직접배송')
            if '알라딘직접배송' not in aladinshop_list:
                aladinshop_list.append('알라딘직접배송')

#대상별로 제목, 총 탐색 페이지수 구하는 함수
def get_titlepage(source_org):
    
    html = urlopen(source_org)
    source = BeautifulSoup(html.read(), 'html.parser')
    page_raw = source.find_all('div')
    
    title = source.find('title').get_text()
    title = title.replace('\r', '').replace('\t', '').replace('\n','').replace('[알라딘]','')

    # total page 구하기
    for item in page_raw:
        #count += 1
        item_str = str(item)
        #print(item_str)
        if 'nright_text' in item_str and item_str[-9:] == '페이지</div>':
            page_total = 0
            idx = -10

            while(item_str[idx] != ' '):
                if page_total == 0:
                    cdigit = 0
                else:
                    cdigit = len(str(page_total))
                #print(item_str[idx])
                cpage = int(item_str[idx])
                page_total += cpage * 10 ** cdigit
                idx -= 1
                
    return title, page_total


#탐색루프 시작
click = 0 #첫 타이틀인지 아닌지 (맞으면 그대로 사용, 아니면 있는 테이블에 합침)
aladinshop_list = []

for booknum, source_org in enumerate(searchlist):
    status_list = []
    price_list = []
    shop_list = []

    title, page_total = get_titlepage(source_org)

    for page in range(1, page_total+1):
        print('book: %s/%s, page: %s/%s (%s)' %(booknum+1, len(searchlist), page, page_total, title))
        
        sourceurl = source_org + '&page=' + str(page)

        html = urlopen(sourceurl)
        source = BeautifulSoup(html.read(), 'html.parser')

        get_statusprice(source)
        get_shop(source)

    df_current = pd.DataFrame({'store':shop_list, 'status':status_list, 'price':price_list})
    df_current['title']=title
    
    if click == 0:
        df_total = df_current.copy()
        click = 1
    else:
        df_total = pd.concat([df_total, df_current])



#알라딘 직배송/우주점 해당여부 컬럼 추가
aladinshop = []
for idx in range(0,len(df_total)):
    if df_total.iloc[idx]['store'] in aladinshop_list:
        aladinshop.append(True)
    else:
        aladinshop.append(False)

df_total['aladinshop'] = aladinshop


#제외조건 적용
df_total_drop = df_total.copy()
df_total_drop['drop'] = False

for idx, condition in enumerate(excluding):
    filter_current = (df_total['aladinshop']==condition[0]) & (df_total['status']==condition[1])
    df_total_drop['drop'] = df_total_drop['drop'] | filter_current
    print('by condition %s [aladin:%s, status:%s], %s items filtered out' %(idx+1, condition[0], condition[1], len(filter_current[filter_current==True])))
print('by all condition, %s items filtered out' %(len(df_total_drop[df_total_drop['drop']==True])))

df_total_drop = df_total_drop[df_total_drop['drop']==False]


#피벗테이블 작성 : 각 판매자별, title 별 최소값만 나옴
resulttable = pd.pivot_table(df_total_drop, index='store', columns='title', values='price', aggfunc='min')


aladinshop = []
for idx in range(0,len(resulttable)):
    #print(df_total.iloc[idx]['store'])
    if resulttable.index[idx] in aladinshop_list:
        #print('checked')
        aladinshop.append(True)
    else:
        aladinshop.append(False)

resulttable['aladinshop'] = aladinshop


#정렬 (aladinpriority가 True면 알라딘직배송/우주점 여부로 우선 정렬, 그 다음으로 판매자별 보유수(내림), 총액(올림)순
resulttable['titlenum'] = resulttable.count(axis=1) - 1
resulttable['pricesum'] = resulttable.sum(axis=1, skipna=True) - resulttable['titlenum'] - resulttable['aladinshop']

if aladinpriority:
    resulttable_sorted = resulttable.sort_values(by=['aladinshop', 'titlenum', 'pricesum'], ascending=[False, False, True])
else:
    resulttable_sorted = resulttable.sort_values(by=['titlenum', 'pricesum'], ascending=[False, True])


#엑셀파일로 출력
timestamp = str(datetime.today().strftime('%Y%m%d_%H%M%S'))
filename = 'Aladin_' + timestamp + '.xlsx'
resulttable_sorted.to_excel(filename, sheet_nam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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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약 미사가 끝난 후에도 그 교훈을 깨달은 존재로 남으려면, 그것은 평소에 매우 익숙하던 자기 중심의 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상태를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리라. 그러기 위해서 미사는 현대 세계 특유의 균열을 조금이라도 치유해내는 발상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발상 가운데 하나를 먼저 들자면, 사람을 특별한 장소에 들여 혜택을 취하자는 것이다. 그 장소는 한 집단이 내세우는 주장에 열광을 일으킬 만큼 매력적이어야 마땅하리라. 또 그 장소에서는 방문객이 평소와 달리 이기주의를 유보하고 집단으로서 즐겁게 몰입할 만큼 영감이 넘쳐야 한다. 현대의 공동체 모임 장소에서는 대체로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외양부터가 공동체로서 참여하는 일이 어리석다고 확증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미사가 주는 교훈은, 상호작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규범을 제시하여 인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있다. 교인에게 정해진 시점마다 고개를 들고 일어서고 무릎을 꿇고 노래하고 기도하고 마시고 먹으라고 지시하는 미사경본의 복잡한 전례를 살피다 보면,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을 대하는 법을 인도받을 때 기뻐하는 본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개인 사이에 그토록 심오하고도 고귀한 유대를 만들어내려면, 한 집단 안에서 아무런 목표도 없이 각자 알아서 어울리게 내버려두기보다는 차라리 안무하듯 치밀하게 계획한 일련의 행동을 따라하도록 시키는 편이 효율적이다.

미사에서 얻는 마지막 교훈은 미사의 역사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좌석에는 교인이 앉아 있고 맞은편 제단에는 성체와 포도주 잔을 든 사제가 서 있도록 절차가 확정되기 이전, 즉 예배로 정착되기 이전에 미사란 다름 아닌 식사였다. 다들 알고 있듯 성찬식이란 원래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교인이 개인사나 가사를 잠시 중단하고, 포도주와 양고기와 무교병을 올려 둔 커다란 식탁에 모여 앉아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일이었다. 이들은 이야기하고, 기도하고, 그리스도와 서로에게 헌신하겠다고 새로 다짐했다. 유대인이 안식일에 식사하며 깨닫듯(?), 기독교인은 먼저 신체의 허기를 충분히 채운 후에야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에 기꺼이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을 잘 이해했다. 이런 모임은 기독교의 미덕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기리는 것으로,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따 '아가페 잔치'라고 불리며 예수가 사망한 후 364년 라오디케아 공의회 이전까지 정기적으로 열렸다. 그러다 몇몇 모임이 도를 넘자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급기야 초기 교회에서 아가페 잔치를 금지하는 한편, "신앙심 깊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기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렸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잔치는 오늘날 성찬식으로 알려진 영적 연회로 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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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에서 가난, 슬픔, 실패, 상실 등을 그토록 많이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교회가 생각하기에는 가난한 자, 마음이 약한 자, 절망한 자, 나이 많은 자가 인류의 (그리고 의미심장하게도 우리 자신의) 가급적 부정하고 싶은 측면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런 측면을 인정한다는 것은, 서로를 원하는 욕구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이 잘난체하는 순간에는 (아우구스티누스가 라틴어로 수페르비아superbia라고 가리킨) 오만의 죄에 인격을 장악당하여 주위 존재에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만사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자랑할 때, 정작 다른 사람에게는 둔감하게 되는 것이다. 우정이란, 두려워하거나 후회하는 일을 두고도 감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자라날 기회를 얻는다. 그 외 다른 이야기는 그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미사는 오만을 벗어던지라고 권한다. 남에게 폭로당하기 무서운 결함, 놀림당하기 좋은 경솔한 행동, 친구끼리 대화를 피상적이고 무디게 하는 각자의 비밀... 이는 인간이 지닌 조건의 일부에 불과하다. 교회 건물 안에서는 억지로 꾸미거나 거짓말할 이유가 전혀 없다. 고전에 흔히 등장하는 영웅과 닮은 데가 전혀 없는 한 남자이자, 로마의 포악한 병사나 원로원의 금권 정치가와도 닮은 데가 전혀 없는 한 남자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중에서 가장 지고한 존재이며 왕 중 왕이라는 영예를 받아 마땅한 한 남자가 겪은 공포와 나약을 기념하려고 지은 것이 바로 이 건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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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같은 세속적 시대에서는 가족 사랑과 공동체 정신이 동의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정치인이 사회 개혁을 열망한다고 말할 때 가족을 전형적 상징으로 예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점에서 더 현명하고 덜 감상적인 편은 정치인이 아니라 기독교다. 기독교는 가족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애정의 범위가 좁아지게 되고, 또 개개인과 온 인류의 연계를 이해한다는 더욱 폭넓은 문제를 고민하지 못하게 된다고 인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러한 공동체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세속 지위에 대한 집착을 모두 버리라고 요청한다. 권력과 금전이라는 외적 속성보다 사랑과 자비라는 내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군주와 거물을 설복시켜 목수 한 사람의 조각상 앞에 무릎을 꿇고, 또 농부와 청소부와 마부의 발을 손수 씻기도록 만들기까지 매우 온건한 신학 논증 말고는 어떠한 강압도 동원하지 않은 것은 기독교가 이룬 위대한 성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교회는 그저 세속적 성공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세속적 성공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쳐주었다. 교회는 애초에 사람들이 왜 지위를 얻으려고 노력하는지 정확히 간파하고, 계층과 직위에 대한 집착을 기꺼이 포기할 만한 환경을 교회 안에 만든 셈이다. 교회가 제대로 이해한 대로, 사람들이 저마다 권세를 얻으려고 분투하는 것은 지위가 낮을 때 당할 만한 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위엄을 잃고, 남에게 보호해 달라고 기대며, 친구 하나 없는 신세가 되고, 거칠고 절망스런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을 차례차례 바로잡아주는 것이 미사가 주는 장점이다. 미사를 올리는 건물은 대체로 화려하다. 그 건물이 원래는 인간이 평등함을 기억하라는 데 바친 건물일지라도, 아름답기로는 웬만한 궁전을 뛰어넘기까지 할 정도다. 마시에 동석한 사람들마저도 매력적이다.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 불행인 상황일 때, 다시 말해 '평범한 사람'이 '진부하고 우울한 사람'과 동의어인 상황일 때라면, 명예와 권세를 열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대성당에 모여 대영광송(Gloria in Excelsis)을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에 교인들이 느끼는 '우리'는, 저 바깥 어느 쇼핑몰이나 별볼일 없는 번화가에서 마주치는 군중과 완전히 차원이 다르기 마련이다. 낯선 사람끼리 모여 별이 총총 박힌 궁륭을 올려다보며 한목소리로

"주여, 오소서, 저희들 가운데 사시고 당신의 은총으로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출처)

라고 낭송하다보면, 문득 인간이라는 존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그 결과, 이제부터는 일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껏 경력으로 얻으려던 존경과 안정을 가톨릭 공동체 안에서 이미 이루고 있다고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따뜻하고 인심 좋은 공동체는 호의를 베풀면서도 대가로 세속에서들 원하는 조건을 요구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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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교는 인간의 고독을 상당히 잘 안다. 우리가 종교가 말하는 내세나 자기 교리의 초자연적 기원을 딱히 믿지는 않더라도,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는 요소를 이해하는 종교의 방식을 존중하고, 또 평상시에 타인과 연결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편견 한두 가지를 녹여(?) 없애려는 종교의 노력을 존중한다.

물론 가톨릭 미사는 무신론자에게 이상적 환경이 아니다. 의식에 쓰이는 말은 십중팔구 이성에 매우 거슬리거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낙 긴 시간이 들어서 미사 중간에 졸고 싶은 유혹을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미사의 예식에는 교인들 사이에 애정으로 맺은 유대를 미묘하게나마 강화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따라서 무신론자조차도 미사의 예식을 거리낌없이 공부하기도 하고, 심지어 배운 것을 세속 영역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톨릭은 공동체 정신을 만들기 위하여 우선 장소를 이용한다. 지상의 한 구석일 뿐인 이 장소의 주위에 울타리를 두른 후, 이제부터 그 안에서 통용되는 가치는 (예컨대 사무실이나 체육관이나 거실 같은) 바깥 세상에서 통용되는 가치와 완전히 다르다고 선언한다. 건물은 건물마다 특유의 행동 규범을 부과함으로써 방문객에게 기대하는 바를 재설정할 기회를 소유주에게 준다. 예를 들어 미술관에서는 화폭 앞에서 조용히 감상하는 습관이 옳다고 간주되고, 나이트클럽에서는 음악에 맞춰 두 팔을 흔드는 습관이 옳다고 간주된다. 그리고 커다란 목제 출입문에다 입구 주위에 천사상을 300개 조각한 교회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더라도 강도나 광인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위험이 없는 보기 드문 기회가 허락된다. 이곳에서만큼은 (시작 예식의 인사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기 모인 모든 사람에게 약속된다. 교회는 오랜 세월 동안 확고히 세워 온 위신과 학문과 장엄한 건물을 빌려줌으로써, 우리가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자신을 열어 보이고자 하는 수줍은 욕망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교인의 구성도 의미심장하다. 미사에 참석한 사람의 나이, 인종, 직업, 학력, 수입은 서로 같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무작위로 추출한 집단에 가까울 것이며, 다만 특정한 가치에 헌신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하나가 되었을 뿐이다. 미사는 사람들이 경제력과 지위에 근거하여 만들기 마련인 집단 사이의 벽을 적극적으로 무너뜨리고, 우리를 드넓은 인간성의 바다로 내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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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고독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려는 희망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현대 도시라는 쓸쓸한 협곡에서 가장 귀한 감정은 아마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가 말하는 사랑이 아니고, 모든 인류에게 널리 통하는 보편적 형제애도 아니다. 반대로 질투하고 협소하며 궁극적으로는 저열하기까지 한 사랑이다. 낭만적 사랑은 그러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 완벽하게 지속되는 친교를 서로 성취할 수 있는,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게 될 특별한, 바로 그 한 사람을 미친듯이 찾아 나선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공동체로 들어가는 길 한가운데에는 각자 일에서 거둔 성공에 대한 평가(?)가 놓여 있다. 사교장에서 맨 처음으로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 우리는 공동체의 출입문이 코앞에 있음을 직감한다. 이 질문에 내놓는 답이, 저 하찮은 작자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느냐, 아니면 완전히 버림받느냐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이 만연한 사이비 공동체에서라면, 각자가 지닌 여러 속성 중에서 낯선 사람의 호의를 구입하는 데 유효한 화폐는 고작 몇 가지 뿐이다. 명함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반대로, 평생 아이를 키워냈거나 시를 썼거나 과수원을 경영해 본 사람이라면, 지배적 다수와 반대 방식으로 살았다고 간주되어 과소평가되더라도 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정도 차별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일에 외곬수로 몰두하는 길을 선택한다는 사실도 놀라울 것 없다. 다른 것은 모두 버리고 일에만 집중하는 전략이야말로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서는 물리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경제적 수단을 확보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번영하는 데 필수인 타인의 관심을 확보하려면 일터에서 성취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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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대 사회에서 소외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더 자세히 검토해 보면, 사람들이 고독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숫자 문제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수십억 명에 달하는 지금, 낯선 사람에서 말을 걸기는 인구가 더 적었던 예전에 비해 위험하다고 느낀다. 사교성은 인구밀도와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선뜻 말을 거는 것은, 그들을 완전히 외면한다는 선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베두인족은 자기 천막으로부터 100킬로미터가 넘도록 사막만 드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심리적 여유가 있다. 반면 도시에 사는 동시대인은 마음 속에 선의와 관용을 품고 있다 해도, 몇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먹고 자고 말다툼하고 성행위하는 수백만 명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티조차 절대로 내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내면을 조금이라도 더 평온하게 지킬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자신이 타인에게 드러나는 문제도 있다. 통근열차, 인파로 붐비는 거리, 공항 대합실처럼 다른 사람과 만나는 공공장소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겉모습만 드러내도록 설계된 장소다. 따라서 이런 장소에 있다 보면, 원래 사람이란 하나하나가 복잡하고도 귀중한 개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망각하기 십상이다. 가령 옥스퍼드스트리트를 걸어 보았거나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환승해 본 후에도 인간 본성을 계속 긍정적으로 볼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편으로는 예전보다 이웃과 더 많이 연결된 느낌이 든다면, 이는 이웃이 동료이기도 해서다. 집(?)이란, 익명인 채로 늦게 돌아와 일찍 떠나기만 하는 기숙사와 꼭 같지 않다. 시골에서 이웃끼리 친숙한 것은 서로 익숙한 대화 상대라서라기보다는, 건초를 베어들이거나 학교 지붕을 얹는 등 공동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은 내밀하고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서로 튼튼한 연계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이런 지역 내 생산과 가내 수공업에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웃끼리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는 편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이웃 때문에 지각하거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려다 단념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옛날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며 지냈던 것은,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또 그 대가로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받을 일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전근대 사회에서 자선은 말 그대로 필수였다. 예컨대 그때는 초면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떠돌이 거지에게 적선하는 순간을 회피하기가 불가능했다. 보건의료체계, 실업보험, 공공주택정책, 소비조합 같은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병들고 허약하고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노숙자가 거리에서 도움을 청한다면, 행인은 정부 기관에서 알아서 문제를 처리하겠거니 생각하고 외면하며 지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과 달리 말이다.

순수한 경제적 시각에서 본다면 지금 사람들은 앞선 사람들보다 훨씬 너그럽다고도 할 만하다. 자기 수입의 절반까지도 공동선을 위하여 내놓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은, 조세제도라는 익명의 대리제도를 통해서 돈을 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경우가 있다 한들, 그것은 우리가 낸 세금이 불필요한 정부 기관을 유지하거나 미사일을 사는 데 쓰인다는 사실에 분개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에 속한 사람 가운데 운이 없는 구성원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한다. 그들이 깨끗한 침대보, 수프, 쉼터, 하루치 인슐린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자기가 낸 세금 덕분인데도 말이다. 시혜자도 수혜자도 "받으세요"(?)라거나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필요를 굳이 느끼지 못한다. 지금 우리의 기부는 복잡다단하게 뒤얽힌 상호의존적 관계에 생명을 주는 일종의 혈액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수혜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고 시혜자에게 영적 혜택을 주는 수단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기독교 시대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사람들이 자기 고치에 갇히게 되면서 다른 사람을 상상하는 주된 수단으로 매스미디어(?)가 점차 각광받게 되었는데, 그 결과 자연스레 낯선 사람을 살인자나 사기꾼이나 유아성애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기존에 속한 가족이나 계층에 존재하는 인맥으로 검증된 소수 개인만 믿어야 한다는 충동이 더욱 강해졌다. 그러다 특정한 상황(예컨대 폭설이나 낙뢰 같은 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폐된 고치 밖으로 나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둘러싸이면 십중팔구 깜짝 놀라게 된다. 알고보니 동료 시민은 자기를 토막 살인하거나 자기 아이를 학대하거나 하는 데 놀랄 만큼 관심이 없는 데다, 심지어 성격도 좋고 적극적으로 자기를 도와주려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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