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산 절판 중고책을 결산하는 과정은, 그간의 '안 읽을 책은 사지 말고 산 책은 좀 읽자'는 공허한 표어에 따라 반성하는 기회가 됨과 동시에, '읽을지 안 읽을지를 사보기 전에 어떻게 아냐'는 반항심을 다시 강화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올해는 테마를 약간 나눠가며 써본다.
- 올해의 최고가 및 유사 주제
<현대 고고학의 이해> - 정가 40,000원, 구입가 64,500원(개인)
: 2015년에 번역 출판된 <현대 고고학 강의>의 풀버전인 이 책은 2006년에 번역 출간되었다. 원본은 2004년에 나온 4판으로, 그 후 판을 거듭하여 2020년에 8판이 나왔다고 하고 2024년에 9판이 나올 예정이다.
<현대 고고학 강의>는 지난 여름에 KOCW에서 들었던 충남대 유용욱 교수의 '고고학 개론' 주교재로, 강의를 듣기 위해 새 책을 샀다가 이 책과 비교해 본 후 팔았다. '강의'에 나오는 모든 내용은 '이해'에 포함된다.
유물을 좋아하지만 기초 강의 하나 들어본 적 없어 기본 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면 앞으로 남은 수십년의 덕질 기초를 갖추기 위해서 들어볼 만한 강의고 읽어볼+사둘 만한 책이다. 최신판이 번역 출간된다면 이번엔 절판되기 전에 바로 사겠지만, 17년동안 판올림 없던 책이라 기대 없이 신간 알림에 올려둔다.
... 에 덧붙여, 같은 주제로 묶이는 두 권은 다음과 같다.
<천 번의 붓질 한 번의 입맞춤> - 정가 20,000원, 구입가 6,500원(대전시청역점)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 정가 14,500원, 구입가 7,800원(대전시청역점)
: 같은 강의 '역사학입문'의 보충교재로, 당시 실강에서 기말과제인 독후감 대상이었다. 다만 모든 수강생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동 강의의 현장학습에 이미 참여했던 재수강생(ㄷㄷ)이 현장학습을 대체하는 과제였다. 왜 여유 많은 학부생 때 이런저런 강의를 듣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하지만, 재수강 같은 얘기를 듣고 나면 역시 아무 부담 없이 지금 KOCW로 수업을 받는 편이 속 편한 듯하다.
이런 책을 갖춰 놓으면, 예를 들어 지난 주처럼 갑자기 가족과 전곡리 박물관을 가게 되었을 때 근처 도서관을 가지 않고도 대략의 내용을 훑어 두고 현장에서 가이드 노릇을 할 수 있어 좋다. 웬만한 분야에서 그 정도 넓이와 깊이를 커버할 수 있는 장서가 내 기본 방향이다.
...에 다시 덧붙여, 비슷한 주제로 묶이는 두 권은 다음과 같다.
<20세기 사학사> - 정가 12,000원, 구입가 25,000원(개인)
<일요일의 역사가(필리프 아리에스)> - 정가 16,000원, 구입가 8,100원(영등포점 현장)
: 그리고 마찬가지로 KOCW에서 들었던 중앙대 고원 교수의 '역사학입문' 주교재 중 하나가 <20세기 사학사>고, 같은 강의에서 다룬 아리에스의 책이라서 생각할 것도 없이 알림이 뜨자마자 산 책이 <일요일의 역사가>다. 아마도 주6일제였을 당시에 일요일 하루 휴일만으로, 방대한 자료와 공부량으로 석사학위만 받기에도 다른 학문과 차원이 다른 세월이 걸린다는 사학계에서 독립 연구자로 독창적 업적을 남긴 아리에스는 나의 (다양한) 지향점( 중 하나)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인터넷도 있고, 주5일제라 아리에스 같으면 사학 말고 다른 분과를 하나 더 골라 마찬가지 족적을 남겼을 법하다. 부끄러운 일이다.
...라고 써 두고 어쩐지 찜찜해서 찾아보니, 프랑스는 1936년부터 주5일 근무제였다고 한다. 역시 취미와 학문의 깊이는 여가시간에서 나온다. 아니 그러면 '토/일요일의 역사가' 아니면 최소한 '주말의 역사가'라고 했어야지!
...이제는 역사/고고학/신화라는 공통점밖에는 없는 세 권은 아래와 같다.
<목간과 죽간으로 본 중국 고대 문화사> - 정가 18,000원, 구입가 28,300원(개인)
: 사흘 전에 반차도 쓴 김에 세계문자박물관을 들렀다가 못 나올 뻔했다.
<세계의 신화 전설> - 정가 19,000원, 구입가 11,000원(목동점 현장)
: 처음 가보는 곳에서 들고 읽다 충동구매했다. 그리스, 게르만/켈트, 서남아시아, 중국, 일본 뿐 아니라 슬라브, 몽골, 아프리카 등 다루는 범위가 넓어 급하게 알아야 할 때 해당 부분을 찾아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 반면, 크고 무거워 아무데나 들고 다니며 읽기는 힘들다.
<전쟁의 발견(이희진)> - 정가 12,000원, 구입가 5,600원(알라딘직배)
: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책으로, 보이는 김에 샀다. 표현이 가벼워 이제 보면 깨는 면이 없잖아 있으나, 내용은 지금도 두고 읽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 올해의 최고 프리미엄
<프리즘오브 특별호: 이터널선샤인> - 정가 15,000원, 구입가 44,000원(개인)
: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2022년에는 영화관에서 세 번 본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했어요. 하나는 (자랑스럽게) <탑건: 매버릭>이고 하나는 (마찬가지로 자랑스럽게) <헤어질 결심>이에요. <블레이드 러너>, <스페이스 오디세이>, 최근에는 <듄 1편>도 재개봉 맞춰 숙제하듯 봤고, (더더욱 자랑스럽게) <고질라> 시리즈는 짧은 개봉 시기를 맞춰 꼭 용아맥에서 봅니다.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영화관에서 못 본 게 한이라 재개봉하면 열일 제쳐두고 보러 가려고요. 하지만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해요." 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헤어질 결심>의 관련 자료라면 각본집, 스토리보드북, 포토북에다 'Little White Lies' 특집까지 사뒀다가 '프리즘오브'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고, '이터널 선샤인' 특집호가 고대에 출간되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엄청난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구매는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그리고는 '절판되기 전에 사면 싸다!'며 이런저런 좋아하는 영화 특집호도 사려다 정신을 차렸다. 1년 후면 이사 가야 해... 짐을 줄여야 해...
- 작가 : 한강
<사랑과 , 사랑을 둘러싼 것들> - 정가 12,000원, 구입가 4,600원(알라딘직배)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 정가 11,000원, 구입가 6,200원(범계점)
: <흰>을 읽은 후 한강의 책이라면 기회 되는 대로 사고 있다. 그 중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각인효과인지 처음 읽은 <흰>과, 두 번째로 읽은 <희랍어 수업(디 에션셜)>이고, 사놓고 아직 다 읽지 않은 책은 <소년이 온다>, 그리고 위 두 책이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은 앞 두 책을 읽고 기대했던 바와 달랐고,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 재료는 아직까지는 논픽션으로 읽는 편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아직 <소년이 온다>에 손이 가지 않는 것일수도)
* 한강의 저자직강 아니 낭독을 들었는데, 문체와 어울리는 목소리와 어조였다.
- 방송통신대 관련 교재
<시계열 분석(김해경)> - 정가 25,000원, 구입가 38,300원(개인)
: 대학원 4학기째부터 다니기 시작한 방송통신대 전공과 관련된다. 어떤 평에 따르면 방송대 교재는 일반 교양서적과 오프라인 전공 사이 수준으로, 직장인이 상식과 교양을 높은 수준으로 쌓는 데는 더 할 나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바로는, 방송대 교재만이라도 깊이 공부한다면 웬만한 현역 대학생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나를 포함하여, 주도적이지 않은 대부분 인간은 방통대 교재 수준조차 온전히 습득하기 어렵고, 널리 쓰이는 전공교재의 깊은 (그리고 잡다한) 내용까지 다 배우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럼에도 또한, 나처럼 아무 부담 없이 취미로 배우는 사람에게는 가끔 방통대 교재가 충분히 깊이 다뤄주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교재 말고 더 산 책이 작년에는 <회귀분석>이었고, 올해는 저 <시계열분석>이다. 2005년에 출간되었지만 서강대 도서관에서 여러 시계열 관련 책을 비교한 결과, 수준이나 서술 방식 등이 가장 적당해 보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데이터 분석을 위한 베이지안 통계 모델링 with Stan & R> - 정가 30,000원, 구입가 18,000원(인천송도점)
: <베이지안>은 역시 방통대 베이지안을 들을 때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미리 사둔 책이다. 원래는 내년에 베이지안을 들으려 했지만, 이번 학기에 7과목을 들어본 결과, 취미 공부하다 공황장애를 맞지 않으려면 조금 슬로우 다운 해야겠다는 깨달을 얻고, 그동안 수리통계학을 복습해 두고 내후년에 여유있고 철저하게 공부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하다하다 이제는 2년 후에 들을 과목의,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책까지 미리 사는 상황이지만 뭐 "책값이 제일 싸다"가 내 신조니까.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기도 하다. 그렇게 말하지만 이미 <흥미로운 베이지안 통계>, <베이지안 데이터 분석 바이블>, <R을 이용한 베이즈 통계 기초>까지 이미 갖춰져 있다. 역시 나는 약간의 구속 없이는 취미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고, 방송대 강의는 취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구속이다.
- 문학
<황무지 새로 읽기> - 정가 13,000원, 구입가 10,000원(개인),
<T.S.엘리엇 새로 읽기> - 정가 13,000원, 구입가 17,900원(개인)
: <W.B.예이츠 시연구>는 감수성 부족한 내가 나름대로 시를 즐길 수 있는 접근 방법을 제공해 줬다. (다만 군대에서 당직 설 때 읽고 있었더니 당직병이 "오.. 그럼 이 책은 시를 막 연구하고 하는 내용인가요?" 해서, 잠시 머뭇거리다 "...어..."라고 답하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엘리엇 시도 마찬가지 접근법을 통하면 더 재미있을 듯하여 책을 찾는데, 각각 2002년, 2001년에 출판된 이 두 권보다 더 적합해 보이는 책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취미생활 진도를 생각하면, 이 책을 깊이 읽는 것은 언젠가가 될 방통대 영문학 전공 쯤이 될 것 같다.
- 수집
<요람을 흔드는 요정> - 정가 17,500원, 구입가 18,000원(개인)
<물의 유혹> - 정가 17,500원, 구입가 9,600원(일산점)
: 신촌 글벗서점에서 <용>을 산 이래, 2005년까지 번역 출간된 같은 시리즈를 사 모아온 끝에 이 두 권으로 전 10권을 모두 모으게 되었다. 모르던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친숙한 이야기(특히 중국 등)를 영어로 쓴 원서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글을 읽을 때 어색함을 느끼다 보면, 처음 읽어본 이야기의 해상도를 다시 의심하게 된다. 그럼에도 갖춰두면 나도 가끔 읽고, 아이들도 가끔 읽을 만큼 꽤 괜찮은 시리즈다.
* 처음 사 모으기 시작할 때 이 두 권의 절판 프리미엄은 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량이 없을 때도 있었고 정가의 두 배 이상이라 사지 않았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가장 비싼 <요정>조차도 최저가는 14,000원이다. 절판된 책의 공급이 원활할리 없으니 수요 감소의 결과일텐데, 책을 쓰는 사람은 계속 느는데 책을 사고 읽는 사람은 계속 줄어든다는 얘기는 헌책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인가 싶다.
<세계진문기담> - 정가 25,000원, 구입가 10,800원(알라딘직배)
: "굿즈를 사는 이유 : 필요해서 1%, 예뻐서 5%, 공구에 혹해서 10%, 팔길래 84%"
Myth만 나오고 Bust(er)는 없는, 前인터넷 시대의 괴담 백과사전으로 오늘날에는 존재 가치가 없다시피 한 책이지만 싼 가격에 팔길래 기념으로 샀다.
<세상을 바꾼 100가지 문서> - 정가 25,000원, 구입가 15,000원(합정점 현장)
: 결론은, 고문서 비중이 큰 <불멸의 서 77>이 내 취향에 더 맞다. 처분 예정.
<일본인이 모르는 일본어 1> - 정가 11,800원, 구입가 6,600원(알라딘직배)
: 책장에 놓아뒀더니 큰애가 "아빠 일본어 알아? 한국어 책인줄 알았더니 일본어로만 되어 있네?" 한다. 일본어 배우는 용도로 쌓아두는 책 수십 권 중 하나란다.
<The Economist: Special Millennium Edition> - 구입가 $18.55(아마존 개인)
: 대학생 때 정기구독해서 직접 받았던 1999년 말 특집호인데, 누구에게 빌려줬다가 못 받았는지 (수강편람은 정말 빌려줬다가 못 받기도 했고) 보이지 않던 차에, 헌책을 구매하면서 간이 커진 김에 샀다. 정기구독씩이나 하면서 제대로 읽은 비중은 정말 손톱만하지만 당시의 열의만은 높이 산다. 열의만은.
<외천루(일본어판 원서)> - 구입가 $21.40(아마존 개인)
: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는 좋아하는 만화고, <천국대마경>은 3권까지 읽다 일단 중단했지만 언젠가 다시 읽을 듯하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전에 번역되었던 <외천루>는 정가 8,500원에 지금 최저 중고가가 80,000원이지만 한참 구매를 고려했을 때는 12만원 이상이었다고 기억한다. 10배는 아니다 싶어, 차라리 언어 공부 명목도 있는 원서 중고를 구했다. 사 놓고 구글 렌즈까지 써서 대충 보니, 역시 10배 까지는 아니었던 듯 싶다. 안 샀으면 계속 찜찜했을 테니 뭐 이 정도로 잘 마무리한 듯.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 정가 16,000원, 구입가 9,100원(강남점)
내가 좋아한 <혁명을 팝니다>와 저자가 같아 몇 번의 기회를 보다 샀다. '대중적이고 현실적인 것과 대비되는, "순수한 것"이 존재하고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잠재의식을 비판한다는 맥락에서 <혁명을 팝니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해프닝
<간추린 가톨릭 교회사> - 정가 15,000원, 구입가 7,800원(대학로점)
: 사고 보니 같은 책을 어디선가 사서 책장에 꽂아두었다. 남는 이 책을 개인 상대로 순판매가 10,800원에 팔았으니 어쨌든 이득처럼 보이지만, 알림 떴을 때 이 책만 구입하느라 배송료 2,500원을 따로 냈기 때문에 이익은 500원으로 줄어든다.
- 웹툰, SF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3> - 정가 14,000원, 구입가 8,100원(잠실롯데월드타워점)
: <질풍기획>이 재미있었지만 직배송이나 우주점에서 구하기는 어려워 대신 이걸로 구했다는 말을 쓰고 보니 논리적이지은 않다. 하여간, 얕게 다루는 책/만화는 모르는 분야일수록 재미있는 듯하다. 신기한 건 1,3권은 절판이면서 2권은 신간 판매중이다.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 정가 12,000원, 구입가 7,000원(종로점)
: 정보라 작가 책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샀다. 'UFO'는 표제작일 뿐 딱히 UFO 관련 연작집은 아니다.
- 민족주의
<적대적 공범자들> - 정가 15,000원, 구입가 8,100원(알라딘직배)
<내셔널리즘(강상중)> - 정가 12,000원, 구입가7,000원(알라딘직배)
: 순전히 내 입장에서만 보자면 민족주의는 현황과 정당성을 알고 싶은 대상이었다가, 한참동안은 알고 싶은 욕구도 떨어질 만큼 관심에서 벗어났다가, 요즘은 정권의 방향과 내 주변 사회의 반응 사이의 엇박자로 다시 알아보고 싶은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절판된 지 오래인 <민족주의는 반역이다>를 예전에 샀었고, 그 김에 같은 저자의 책도 물량이 있는 김에 이것저것 샀고, 또 어디선가의 인용을 보고 <내셔널리즘>도 샀다.
한편 <우리 안의 파시즘 2.0>이나 <내셔널리즘> 저자의 인터뷰 등을 보면 학문적 정합성과, 현실 적합성/설득력은 또 별개의 영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오강남의 <도덕경> 중 당시 사회에 대한 평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나와 생각이 달라) 공정하지도, 최소한 중립이지도 않아 보이는 그런 시론은 제외하고 순수한 학문적 접근만 포함하는 것이 나았을까? 아니면 이런 거슬림을 느끼고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었기에 결과적으로는 역시 도움이 되었다고 선해해야 할까?
- 트위터에서 추천받고 충동구매
<계획된 불평등> - 정가 22,000원, 구입가 13,200원(수원시청역점)
: 별볼일 없어 보이던 산업이 유망해지면 인식과 성비가 바뀌는 현상이 있다. <걸리 드링크>(이 책은 회사 도서관에 구매신청해서 읽었다)와 유사한 맥락.
<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 정가 15,000원, 구입가 8,700원(영등포점 현장)
: 이민 '실패담'이라는 값진 책인데,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절판이었다. 새책 구하기 기능도 써 봤지만 실패라 결국 헌책으로 샀다.
하긴, 한국에서 사업하기도 어려운데 미국에서 안해본 일 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유리장벽은 정말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자연 모방> - 정가 16,000원, 구입가 9,300원(수원시청역점)
: 번역가 자신이 '언어학 수업 교재로도 좋다'고 추천하길래 별 생각 없이 샀다. 1년 전 더쇼룸에서 열린 <서왕모의 강림> 낭독회 때 실제로 노승영 번역가를 본 게 자랑이다.
<맛있는 코리아> - 정가 15,800원, 구입가 8,800원(가로수길점)
: "그래서, 이번 음식 여행에서 어디를 갈 건가요?"
"갈 수 있다면 어디든요. 하지만 대구는 안 갈 거예요. 대구는 음식이 아주 형편없다고 들었어요."
"난 대구에서 태어났어요."
"미안해요.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대전 음식이 더 형편없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대전 출신이에요."
트위터에서 이런 인용을 보고도 이 책을 안 살 수는 없었다.
사실은 한식을 먹고 싶어서 한국에 영어교사로 와, 나보다도 다양한 각지의 음식을 먹어본 영국인에게도 홍어는 통곡의 벽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식감이 안 맞아 널리 퍼지지 않을 거라던 떡도 요즘은 잘들 먹는다던데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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