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에 읽기 시작한 이 책을 오늘 드디어 다 읽었다. 여기서 읽었다 함은 말 그대로 지문을 소리내서 읽었다는 얘기다.
이 책의 부제는 'Latin without tears'다. 라틴어 원문과 단어설명, 한국어 대역이 91개 장에 걸쳐 제시되어 있고, 라틴어의 장벽인 문법 설명은 비교적 간략하게만 나온다. 지문을 읽다 보면 마치 라틴어를 이해하게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군데군데 보이는 오탈자다. 8월에 만원 더 비싼 가격으로 나온 개정판에서는 고쳤겠거니 한다.
생각해보면 라틴어로 말하고 듣고 쓸 일은 절대 없을테고 저엉말 잘 해 봤자 읽기나 할텐데, 내가 고고학자도 아니고 번역판이 최소한 영어로라도 나와 있는 고전을 읽는다 치면 오독한다고 해서 나 말고 딱히 피해 볼 사람은 없다. 그러니 괜히 격 변화를 외워가며 골치를 썩이느니 대충 맛만 보는 정도로 만족하려 한다.
물론 맛만 본다는 목표에는 문제가 조금 있었다. 첫째, 뜻도 모르고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맛만 보는 데 5월 후반부터 12월 초까지 반년이 넘게 걸렸다. 맘먹고 소리내 읽기만 했으면 한 25시간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데, 내가 또 그럴 수 있을 만큼 한가하진 않다. (그러나 라틴어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은 가끔 한가하다) 둘째, 맛만 볼거면 대체 왜 쓸데도 없는 라틴어를 쓸데도 없는 만큼만 배우느냐 하는 문제가 있는데... 그냥 산이 있어서 오른 것일 뿐이다.
2.5만원짜리 책 사서 반년동안 가지고 놀았으면 일단 돈을 버린 것은 아니라 치고, 당분간 책장에서 묵혀두다 생각날 때 다시 읽어볼까 한다. 여태까지는 자비로운 저자님들 덕분에 마주친 적 없는 스페인어(등 로망스어) 인용문을 앞으로도 마주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스페인어 역시 언젠가 배워보고 싶은 언어인데, 그 때 라틴어 '경험'('학습'이라고는 양심상 하지 못하겠다)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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