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손자에게 왜 공짜로 밥을 줘야 하느냐?

친가 처가 갔을 때마다 한 번 이상 들었던 무상급식 반대 대표 논리다. (횟수를 꼽자면 처가에서 한 세번, 친가에서는 한 번 들었다. 그리고 내 생각에 처남들도 자기들 친가(즉 내 처가)에서는 한 번만 들었을 것이다. 왜 자기들 친가에서는 한 번만에 끝날 수 있었느냐, 그 이유에는 아들과 사위의 입지 및 발언권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건 마치 빈자가 부자에 대해 계급투쟁을 하는 듯한 방식으로 (무상급식 투표율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부자의 진의를 뒷받침해주는 얘기인데.. 

첫째, 이건희가 '우리 손자 무상급식 해달라'라고 하며 서민들 상대로 주장한 적도 없다. 왜 가만히 있는 분을 들먹이는 것인가.

둘째, 이건 보편 권리 문제다. 그럼 이건희가 경찰을 부른다고 하면 '돈 많은 사람한테 왜 경찰 서비스까지 공짜로 제공해야 하느냐? 부자는 돈 더 내고 경찰 불러라', 집에 불이 나서 소방서에 전화하면 '돈 많은데 개인 소방차 사서 써. 공공 소방서비스는 서민들이 써야 해'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물론 이런 사람들은 사설 경호원과 개인 소방차를 충분히 유지할 여력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공공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이건희가 세금을 얼마나 내는데 (많이 내는 것 맞겠지?) 손자한테 밥 한그릇 못 주냐...

철지난 얘기를 다시 떠올리고 쓰는 이유는, 지금 번역중인 책에 있다. '보편배당은 모두에게 이익을 주므로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대목 때문인데, 아마 피터 반스가 한국에서 무상급식을 두고 벌어졌던 논쟁의 양상을 알게 된다면, <With Liberty and Dividends>에 '10장. 한국 무상급식 사례'를 붙여 개정판을 내거나, <With Liberty and School Meals>라는 후속판을 내거나, '한국은 안되겠다'면서 번역판 출간 계약 갱신 제의가 와도 거절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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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UNC AU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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