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Standard

번역/진행 2018. 5. 5. 00:39

지난 4월 중반부터 드디어 오랜만에 정식 작업 중이다. 중단 기간이 1년이 되기 전에 다시 시작하게 되어 기쁘기는 한데, 샘플 모집 시에 걸려 있던 3개월이라는 일반 조건 뒤에 '알고 보니' 부가조건이 붙어 있어 꽤 부담이 된다. 체감상으로는, 서너 권 째를 완료하고 돌이켜 보니 '그 때는 대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왜 한다고 했을까'라고 의아해질 정도이던 첫 번째 단독 번역 책과 별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 작업도 한동안 쉬고 나면 손과 머리가 굳는지, 첫 2주 정도는 속도가 나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다. 다행히 지금은 어느 정도 속도가 돌아온 듯하다. 


(개인 기록용으로 남겨두는데, 번역 일을 놓은 지 넉 달 정도 되었을 때 치른 2017년 토익 점수는 번역을 끊이지 않고 했던 2016년 토익 점수보다 15점이 떨어졌다. '영어는 꾸준히 해야 한다'는 말에 뒷받침이 되는 사례인데, 올해 시험 결과는 과연 '점수는 한 번 떨어졌어도 다시 꾸준히 하면 돌아온다. 마치 10년만에 자전거 타기처럼'을 뒷받침할지.)


이것도 수주하는 데까지 약간 곡절이 있었다. 직전 샘플 지원 건에서 '또' 실패했는데, 팀장님이 메일로 실패 사실을 알리면서 '지금 샘플 진행중인 다른 책에 지원해 보면 어떻겠냐'고 물어주셨다. 정식 모집시에도 지원할까 잠시 고민했던 책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전공과 경력에 지나치게 딱 들어맞는 듯하여 그때도 지원하지 않고 이번에도 고사했다. 그러고 10분인가 후에 수주게시판에 이 책이 올라왔다. 주제가 이미 한 풀 꺾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도 지원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정식 모집 개시 후 10분이 지나 무심코 들어가 보니, 평소 같으면 5분 이내에 지원자 수가 찼을텐데 아직도 '지원 가능' 상태인 거다. 내가 또 비트코인하고 인연이 없는 것도 아니니 한 번 지원해 볼까, 하는 생각에 지원 버튼을 누르고 샘플을 내고 합격을 했다. 


제목에서 보듯 비트코인 얘기다. 그런데 'standard'는 금본위제, 즉 'gold standard'와 용법이 같다. 그러니 제목은 직역하면 '비트코인본위제'다. 아직 초벌도 완성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 책에서 받은 인상만으로도 장단점이 뚜렷하다.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써 보면

- 내용 중 반 이상이 비트코인 자체보다는 기초적 화폐론, 그리고 건전화폐=경화=대략 금이 화폐로서 좋은 점을 다루는 데 쓰였다. 출판사에서 제목을 어떻게 뽑을지 모르겠는데, '비트코인'에 끌려 읽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당황할 수도 있겠다.

- 서술 방식이 간결하다고는 못 하겠다. 초벌은 되도록 원문 구조대로 하는데, 교정은 손을 대야 할지 고민중이다. 그리고 납품본에서 원문을 되도록 유지한다 해도, 최종본은 수정이 많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한 번 읽기에는 재미있지만 굳이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꽤 있다. 현대예술 부분 등은 동의할 사람도 많겠지만 공격할 사람도 많을 것인데, 그 중에는 예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주제까지 버릴 사람도 분명 꽤 있을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현대예술보다는 가족제도가 더 마음에 안 드는 예시다.

- 그런데 (직접 번역한 영향인지는 몰라도) 설득력은 굉장하다. 챕터로는 40% 정도 되지만 분량으로는 20% 정도 될 4장까지 작업하면서 전체 논지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바로 앞 문제가 아쉽기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그 역시 책의 개성 아닌가 싶다. 어차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단점을 보강하느니 장점과 개성을 더 두드러지게 하는 편이 나을지도.


결론을 말하자면 이 역시 좋은 책이다. 요청대로 특별한 일정에 따라 납품하는 만큼 빠르게 나왔으면 한다.



그리고, 비트코인이라는 주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힘을 잃었을까? 1주일 전 쯤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하려고 아마존에 들어갔다가 확인한 이 책의 판매순위는, 킨들 판 경제경영서 중 1위였다. 그리고 한때 7백만원선까지 깨졌던 비트코인 시세는 요즘 원화 기준 1천만원을 회복했다.

Posted by TUNC AU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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