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Changes Everything> 초안이 작년 12/22에, 화면상 교정이 아마도 1월 말쯤에, 그리고 인쇄후 교정(1차)이 3/5에 끝났다. 그런데 왜 사진은 중국화폐사인가 하면, 문헌 참고를 위해 서강도서관, 국회도서관, 회사도서관, 로욜라도서관을 뒤지다 못해 중고로 사기까지 한 책이라서다. 어차피 로욜라도서관에 있는 책이긴 하지만, 중고가가 31,000원으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던데다 왠지 서가에 꽂아놓으면 그럴듯해 보일 듯해서다. 뭐 그 덕분에 필요한 부분을 찬찬히 읽어보고, <관자> 참고부분을 짚어냈으니 돈값은 이미 했다고 생각하고 지나가야겠다. (1,000쪽짜리 <관자>를 세 번 훑어가도 찾지 못한 참고부분을 덕분에 찾아냈으니 근거도 충분하다.)
이번 책 번역에는 로욜라도서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료는 많겠지만 대출도 안되고 사실상 점심시간에만 방문 가능한 국회도서관, 대출이 비교적 자유롭고 접근성도 좋으나 자료 양에 한계가 있는 서강도서관과 회사도서관에 비하면 로욜라도서관은 비록 1회에 세 권이나마 대출도 되고, 주말 작업에 자주 이용하는 스타벅스 근처라 접근성도 그나마 낫다. 첫 대출이 16/10/15니 이 책 번역때부터 쓴 셈인데, 오늘까지 대여권수가 총 21권에다 지난 두 주 동안 토요일 오전마다 교정과 입력은 제쳐두고 아예 참고문헌만 뒤진 걸 생각하면 참고한 자료량이 내 기준으로 한 권 번역 일 치고 상당하다. 협정회원 제도를 운영해 준 서강도서관과 로욜라도서관에 (담당자가 볼 리 없는) 감사를 표한다.
레퍼런스 관련해서는 하나 더 적어둘 일이 있다. '금융' '역사'서인 이 책에는 수많은 인명과 사건과 연도가 나온다. 저자가 참고했을 원문(보통은 그 원문의 한국어 번역본)을 이리저리 찾고, 예컨대 중국 인명을 현대 중국어 발음에서 한국 한자어로 바꾸기 위해 관련 출처를 찾아보는 일은 번역 본 건 못지않게 재미있는 일이기는 한데 출처가 검색되지 않으면 매우 답답해진다. 600쪽짜리 책을 쓰면서 세부사항에 오류가 없기는 힘든 일인지 저자 홈페이지에도 errata가 실려 있기는 한데, 그 외에도 물어보고 싶은 사항이 상당히 많았다.
고민하다, 내 번역 역사 최초로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 질문했다. 소개와 질문내용과 '바쁘신 건 알고 또 그래서 답장을 안 보내셔도 상관없지만 번역본의 품질 향상을 위해 답장을 부탁한다'는 내용을 보낸 후 1시간만에 친절한 답장이 왔다. 약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여 전체 질문에 대한 답까지 듣는데는 1주일 정도 더 걸렸다. 어쨌든 이처럼 신속하고 친절한 태도가 자기 저작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나 결과물의 품질 향상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쪽 교수들이 전반적으로 갖춘 태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앞으로도 저자에게는 일단 질문을 해 볼 일인 듯하다.
저자인 Goetzmann 교수는 내 질문 중 중국어 원어명에 관한 것에 관해, 자신보다는 해당 부분의 원 출처인 Valerie Hansen 교수와 Richard von Glahn 교수에게 직접 묻는 편이 낫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발신 메일은 세 통으로 늘었다. 한센(국내 번역서의 저자명 표기를 따른다) 교수는 저자와 같은 대학에서 일해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답변을 빠르게 해 주었는데, 수신자를 내가 아니라 Goetzmann 교수로 지정하여 전달 과정이 한 번 더 들어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감사 메일은 꿋꿋하게 한센 교수에게 보냈다. von Glahn 교수에게 보낸 메일은 1주일 정도 답이 없어 반쯤 포기하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매우 상세한 답변이 왔다. 두 부분 모두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면, 예컨대 중국 삼국시대에 차오차오와 류베이와 쑨취안이 싸우는 형국이 될 뻔했다. 세 교수 모두에게 (역시 본인들이 볼 리 없는) 감사를 표한다.
중국 인명 관련하여 하나만 더 남긴다. 한센 교수 질문과 관련하여 나는 국회도서관에 방문하여 Origins of Value의 해당 부분을 복사까지 해 오며 살펴보고, 아스타나 고분군이나 투르판 출토품 연구기록에 원자료(정확하게 말하면 당나라 시대 장안에서 제작되어 투르판까지 실려온 인형의 팔 부분을 이룬, 전당포 영수증) 사진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점심시간 세 번을 할애하여 900번대 해당 서가를 뒤짐은 물론 대출대에 일본/중국어 자료까지 신청하여 넘겨보았다. 대출대에서 받은 자료 다섯 권은 모두 합쳐 두께가 40cm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직원이 서가에서 대출대로 옮기다 손목을 삐끗했다. 직원분께 (역시 본인이 볼 리 없는) 사과를 남긴다. 물론 자료에는 해당 내용이 없었다. 이렇게 투입 시간으로 따져 열 시간은 될법한 탐색은 한센 교수의 답 메일 하나로 해결되었는데, 그 결과 장안에서 전당포에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간 사람 이름이 崔基와 王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작 저것때문에 열 시간과 한센 교수(+메일을 전달해 준 Goetzmann 교수)의 시간까지 뺏었나 자괴감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당나라 시대 장안에서 돈 빌린 사람이 추이지와 왕솽이라고 쓰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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