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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coin Standard - 비트코인은 맞고 블록체인은 틀리다

TUNC AUTEM 2018. 7. 21. 23:17

지난 금요일에 Bitcoin Standard 완역 원고를 제출했다. 전에도 얘기했듯 세 번에 나눠 제출하는 일정 덕분에 마감일까지 여유 없이 작업해야 했다. 예전 같으면 마감 전부터 다음 일에 지원했겠지만, 이번에는 최소 이번 달까지는 쉬려 한다. 물론 그러다 보면 어차피 올해 말까지 두 권 더 하기는 힘들테니 한 권만 더 하자는 생각에 더더욱 쉬게 될 가능성도 낮지 않다.


'비트코인은 틀리지만 블록체인은 맞다', '비트코인은 허상이지만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분리하여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기술이다'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바라보는 지배적 시각이다. 그런데 저자가 화폐의 본질과 역사를 오스트리아 학파, 또는 자유지상주의 견지에서 살펴본 후 내리는 결론은 '비트코인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비트코인 아닌) 블록체인은 아니다'다. 물론 초점은 비트코인이 지닌 경화 특성에 있지만, 열기가 한 차례 빠져나간 후에도 블록체인이 유지하는 관심이 만만치 않은 현 상황에서 보자면, 화제의 중심은 오히려 본문 기준 6% 분량밖에 되지 않는 마지막 소챕터 'Blockchain Technology'에 두어도 큰 실수는 아닐 듯하다.


왜 블록체인을 쓰는가? 비트코인의 존재의의는 권력, 금융사 같은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도 사용 가능한 자주적 화폐라는 데 있다. 거래 현장에서 현금을 바로 주고받지 않는 이상은 그것이 거래 상대방이 되었듯 금융사라는 중개자가 되었든 누군가를 '믿어야만' 하는 현재 경제체제에 비하여, 비트코인을 사용할 때는 본인 말고 누구도 믿을 필요가 없다. 이를 가능케 하는 요소가 바로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연산력 50%를 동원하지 않고서는 사기를 치지 못하는 체계, 바로 블록체인이다.


신뢰 0%, 검증 100%로 만들어 낸 블록체인은 효율 관점에서 볼 때 매우 비효율적이다. 탈중앙 분산 장부는 중앙식 처리방식에 비하여 효율이 극히 낮다. 현 상태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은 하루에 300,000건 정도고, (개선되기 어렵고 또 개선되지 않는 편이 나을) 기술적 한계로 앞으로도 500,000건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보급형 노트북 한 대로도 두 시간만에 처리할 수 있다. 그만한 일을 처리하는 데 현재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들이는 힘은, 노트북 2조 대 분이다. 즉, 1조 9,999만 9,999대는 중개자와 신뢰를 필요 없게 만드는 데 쓰이는 셈이다. 


초국가적 경화를 운영하는 경우라면 그 정도 '낭비'를 감당할 수 있다. 잘 해 봤자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삼는 중앙은행 등 어떠한 권력과 중개자도 배제할 수 있는 (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갔더라도, 규모가 80조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화폐 시장을 잠식해 나가며 회수 가능하다. 또, 비트코인의 경우에 한정하여 말한다면, 기록이 비교적 단순하고 블록 크기가 1MB로 제한된 덕분에 장부 크기 증가 속도가 비교적 늦다. 9년 동안 운영한 비트코인 블록체인 크기가 200GB 정도인데, 몇 년 전이면 몰라도 이제는 이해당사자 개인이 돌리기에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 규모다.


다른 분야는 어떨까? 그만한 낭비를 벌충할 만한 이익이 잠재적으로 있을 만한 (또는 그렇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된) 분야를 저자는 

1. 디지털 결제 처리, 

2. 계약, 

3.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세 가지 들고 각각 현실성을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이야 책에 있으니 생략하고 저자의 의견을 말하면, 

- 앞에서 말했듯 블록체인은 거래 처리 효율로 봤을 때 현재 지배적 기술보다 크게 열등하므로, 현행 금융 결제 처리에 경쟁력이 없다.

- '스마트 계약'은 '코드가 법'이라고 내세우는데, 그렇다면 지금 법체계에서 법률 전문가가 지닌 우위가 지금 해당 언어에 능통한 프로그래머에게 옮겨갈 뿐이다. 또 DAO 사태에서 보았듯, 사실은 '코드가 법'조차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 등기 등 데이터베이스의 신뢰성을 높이려 한들, 이 블록체인의 신뢰성은 해당 자산과 블록체인 사이에 존재하는 기록/관리 책임자의 신뢰성을 넘지 못한다.

- 중개자를 없애려고 만든 기술을 중개자(예컨대 금융기관)가 채택해 봤자 성과가 개선될 턱이 없고, 또 (법률 분야처럼) 중개자가 여전히 필요하다면 연산력을 낭비한 보람도 없다.

정도가, 요약이라기보다는 일부 발췌 내용이다. 


무엇보다도, 블록체인 기술(그런 것이 있다면 말이지만)은 만천하에 공개된 지 9년이 지났지만, 이제껏 시제품 이상을 달성한 사례가 없다는 것도 비트코인 아닌 블록체인은 무용하다는 실증 근거다.